COAT

3대가 사용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내가 즐겨 입기까지
그 코트는 묵묵히 자신의 역활을 지켰다.

초대, 할아버지는 그 코트를 볼때마다 자신의 업적을 이야기한다. 막걸리 한 병으로 알려지지 않은 역사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 엄청난 기회인 셈이다.
독립을 부르짖으며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찬 그 시간이 코트에 새겨져 있다.
행복한 기억이었을까. 그때 묻은 피는 아직도 코트에 남아있다.

2대, 아버지는 그 코트로 피난시의 추위와 싸웠다며 자랑을 한다. 때로는 어린아이에게 코트를 빌려주고 , 때로는 도둑맞아 밤늦게까지 찾아 해멨지만, 그래도 이 코트가 있어서 일가족이 살아남을수 있었다고 감사해 한다.
밤이되면 이제는 너덜너덜한 끝 자락에서 시대의 아픔이 보이는 것 같다.

3대, 나에게 있어 이 코트는 폭풍의 상징이었다. 한참 일본 만화에 빠져있을때, 중2병이 발병했을 당시에 이 코트에 수많은 의미를 넣었다. 세계의 비밀을 넣은적도 있었고, 다른 차원의 에너지(영혼)을 밀어 넣은적도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창피하면서도 그리운 기억이 담긴 유산이다.

친구들하고 술 한잔 하고, 다음날 친구에서 연락이 왔다. 술먹고 코트 자랑좀 그만하라고, 그리고 팔거면 울면서 판다고 말하지 말라고. 아무래도 이상한 주사가 생긴듯 하다.

4대가 나타난다면, 2대까지 활약상을 알려준 후에 물려줄 것이다. 3대의 활약은 네가 보고 판단하라고 하고.
중2는 나만의 추억으로 간직하자.

아, 그리고 이 코트는 아직 사용할 수 있다. 지금도 추울때는 입고 출퇴근 하고 있다.

그저, 말한다.

오래전에,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저 하늘의 별이 되고 싶어”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목표라는 말인지, 죽어서 별자리의 한 구석을 빛내고 싶었는지
나이를 먹은 지금으로서도 알 수 없는 마음이다.

그 누군가는 이제 기억속에서만 꺼내어 만날 수 있다.
높은 목표에 비해 너무도 빠른 추락을 했다. 날개짓을 했어도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지 못했고, 날개에 힘이 빠지면서 더욱더 빠른 추락을 하였다. 우리 모두가 없는 그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솔직히 기록하자면, 그 사람은 이곳에 기록될 만한 사람은 아니다.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영웅’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더 별을 좋아했고,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더 일찍 세상에서 지워진 사람일 뿐.

조금 돌아보면 어디에나 있을듯한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했고, 그리고 헤어졌다.
아마 이것이 내가 이번 글을 적는 이유로 삼고 있는것 같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하다면
쑥스럽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다.
어느쪽이라도, 당신다운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