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다보면 가끔 눈에 띄는 사람이 보인다.
벽에 기대어 앉아 지나가는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 볼 때마다, 약간씩 두려운 마음을 가진다.
마치, 오늘 한 업무의 성과를 파악하듯이.
마치, 오늘 행했던 나태의 시간을 평가하듯이.
흔히들 지하철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의 분류는 크지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일을 구하지 못하는 노숙자이고
인생을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포기자이며
돈을 구걸하는 거지이고
상남이 필요했던 앵벌이 였으니까.
물론 내가 아는 선에서만 이 정도이고, 더 많이 있을것이다. 술과 친하게 지내면서 대지와 가깝게 지내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의 눈빛은 흉포라는 말이 어울린다. 세상에 대한 증오, 우리에 대한 질투, 자신에 대한 분노. 과거따위는 버린듯, 그리고 현재의 상태도 잊은듯 우리를 바라본다.
표정에는 아무런 변동도 없다. 눈에 담긴 의지가,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너는 오늘 만족하는 삶을 보냈는가.
너는 오늘 후회없는 삶을 보냈는가.
너는 오늘 우리에게 한발짝 더 가까워졌는가.
너는 오늘 우리에게서 한발짝 더 멀어졌는가.
그가 영웅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한 가정에서는 영웅이었다고 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영웅이었나요? 라고 묻는다면, 한 시대를 풍미한 몰락한 영웅들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영웅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그들에게 답변을 들어보라고 하고싶다. 스스로 영웅인지. 과거의 유산이었는지
반면교사인가요?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보고 배운다고 해도 세상은 배운대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들은 배운대로 열심히 진행했지만, 운이 없었고, 모략에 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진 사람도 있겠지.
그의 눈빛이 내 마음속에서 하나의 상처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