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그저, 세상이 그렇다.

코로나 탓인지 이 미쳐버린 세계탓인지, 분노를 억누르는 사람이 적다. 손쉽게 살인이 일어나고 성별은 서로싸우는것을 의무로 삼으며 인터넷은 사진보다 영상이, 그리고 편집이 더더욱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다.

자극의 끝을 항해가는 열차를 보는것 같다. 더 야한것, 더 멋진것, 더 흥미로운것, 더 즐거운것. 이것들을 찾고있다. 것는것만 그럭저럭 잘하는 나도 이런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선이 무서우니까.

며칠간, 길을 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했다. 버즈같이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들, 스마트폰을 잊지않는 사람들, 하루의 피로가 어깨에 묻어잇는 사람들…

딱 한명, 책을 보는 사람을 만났다. 무슨 책이었더라… 교양, 문학은 아니었다. 경제서적이었다. 딱 두 명, 공부하는 학생을 보았다, 단어장을 만들어서 지나가며 보는 학생을 보았다. 딱 세 명, 오늘의 일을 끝내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을 보았다. 세 분 모두 잘 살아남으시길 기원했다.

어느덧, 정류장이 다가온다.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고, 이제는 이 세계에서 떠난 사람도 있었다. 부디 그들에게 조그마한 축복을.

일년에 한번

매년 이맘때 즈음 가는곳이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장소, 추억이 깊게 묻힌 장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장소, 돌아가고 싶은 장소. 나의 옛 고향이다.

한 두번정도 생각나던 곳이었는데, 매번 빨간날에는 항상 가는곳으로 변질되었다. 변질… 이라는 표현이 내 상황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평소보다 조금 일찍 갔다왔다. 그저 추억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제 변하지 않은것은 약국에서 쌀집으로 변한 그 가게밖에 없다. 요구르트 가게도, 고기가게도 청과상도 이제는 사진에서만 볼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던 공중전화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게 그나마 슬픔이 덜하다.

매번 코스는 같았다. 역에 도착하고, 그 동네까지 걸어간 후에 근처 절에서 밥먹고 더시 귀가하는 길. 지난해부터 코로나로인해 이것도 어려워졌다. 명부에 글을 적어야 입장을 할 수 있으니 귀찮아졌다. 입구에서 인사하고 귀가하는게 일상으로 정착했다. 시대가 미쳤다.

그래도 동네는 변하지 않았다. 서있으면 누군가 뛰쳐나올것 같고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어릴적 환영이 조금 보일정도로 그곳이 그리운 장소였을까. 요즘들어 더욱 그런 감정이 더하다.

내년에도 그곳으로 갈것이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 추억에 빠지라는 것인지 추억을 이겨내라는 것인지는 몰라도, 항번이라도 더 봐주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