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10대를 거쳐 20대로 오면,
근처에 있어도 화사한 느낌이나 활기같은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이후로 30대가 되면 그 활기는 자기 몸으로 갈무리 된 느낌이며
40대가 되면 그걸 태우면서 살아가는 느낌이다.

오래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젊은 사람 곁에 있으면 자기도 젊어지는 느낌이다.
기세에 같이 불타는 것일지 몰라도
혼자서 썩어가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을것이다.
불꽃은 혼자서 타면 금방 꺼지고, 같이타면 기세가 붙어 더 커지니까

이런걸 보면, 혼자사는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잔불 마저 다 타고나면
재만남고 그 재로는 무언가를 이루기에 쉽지 않다.
같이 산다면, 새로운 불꽃이라고 생기겠지만…
고독은 혼자에서 도도하기에 고독이다.

지금은 혼자가 편할것이고
앞으로는 기계가 같이 살아줄 테니 편할것이다.
인공지능- 혹은 영혼으로 비유되는 이 감정과 이능이 없다면
불꽃이 다시 크게 타오르기는 힘들것이다.

혼자가 되었다고 좋아하지 말라.
죽음이 더욱더 좋아한다.

낯이익은 얼굴

최근에는 어디에선가 본 얼굴들이 자주 보인다.

몇년전, 누구의 얼굴을 자주본다,
아마 이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있으면 이런 얼굴이지 않을까.
그런 얼굴을 자주본다.

돌아가신 할머니 얼굴도 가끔 보인다.
이미 몇 십년이나 지난 상황인데도 아직 머리속에서 기억하고 있는 얼굴이다.
그립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이런게 애증인걸까.

과거에도 이런적이 몇번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른점을 볼 수 있지만, 적어도 2-3 미터 이상 떨어져 있으면
나의 뇌는 가장 가까운 근사치를 표시하는걸까.

아니면 그리워서 그리워서 그런걸까.
매몰되어 있기에는 너무 깊어지는것 같다.

며칠전 이야기를 적을까 한다..

나는 강남을 좋아하지 않는다.

높디높은 저 빌딩은 위에서 나를 짖이겨 죽이려는 거인같이 느껴지고
저 위에서 보는 아래세상은 개미같은 우리들을 바라보는거 같아 갈때마다 기분이 더러워진다.
강남역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성형외과는 유교정신이 이상하게 박힌 나와는 상극의 건물이고,
전 회사에서 퇴근시 지켜본 강남은 향락과 아집이 강한 도시였다.

수많은 불야성은 한국의 발전은 자신 덕분이라는 듯이 제각각 등불을 강하게 밝히고 있고
낮은 빌딩에서 사람들을 접대할때마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아름다운 남성, 여성들을 볼때마다
내 지금 모습에 대한 자괴감을 없앨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저 손끝이나 옷자락이라도 닿으면 두근두근하는 나와는 달리, 그분들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경멸의 눈초리롤 나를 볼때마다, 지저세계에 처박히는 느낌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면서 저 높은곳에서 아래를 처다보며 헐떡일 남녀를 망상하며 스스로를 의미없이 위로했었다.

몇년 뒤에 가본 강남은, 아직도 정정했다.
식당에는 화이트 부대가 줄지어 등장하고, 새로이 외국인들이 추가되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사냥감을 찾는 눈빛도 종종 보였지만, 적어도 한국인과 다른점은 외모밖에 없었다. 된장국과 제육볶음을 혼자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는 모습은, 엊그제 저녁거리를 사러 들어간 식당에서 본 옆집 아저씨 만큼 익숙한 광경이었다.

여전히 욕망이 넘치는 도시였고, 여전히 돈이 넘치는 도시였다. 다만, 새로이 생기는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가 원인이어서 그럴까. 종로나 명동처럼 임대현수막이 조금 보였다. 사람이 넘치는 식당은 많이 줄고 배달 오토바이가 신나게 악셀을 밟고 있었다. 그리고 줄서서 기다리는 스탁벅스는 더 늘어났다.

내가 항상 다니는 강북쪽과는 다르게, 이곳은 정숙한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단순히 내가 촌놈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고, 그저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큰 혁신같은게 없는 한, 강남은 계속 이렇게 존재하겠지. 판교같은 친구들처럼.

그저, 내가 느낀 강남이, 그렇다는 이야기 이다.